나는 뉴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하니 일부러라도 보려고 이 포스팅을 쓰게 됐다.
오늘 내가 본 뉴스 중 내 생각을 남기고 싶은 뉴스는 이 뉴스다.
[사건을 보다]경찰도 두렵지 않다..순찰차 난동 '촉법소년'
[앵커] 청소년들의 비행 점점 대담해지는데, 이제 경찰조차 무서워 하지 않는 13살 중학생 모습에 온라인이 떠들썩했죠. 사건을 보다, 성혜란 기자와 짚어봅니다. 당시 영상을 보고, 정말 중학생
news.v.daum.net
안 본 사람을 위해 간단 요약하자면,
경찰서에 찾아가 난동부리는 중학생을 다룬 기사로,
점점 대담해지는 청소년들의 비행에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근데 낮춘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까?
배에 구멍이 나서 물이 들어오니, 물을 더 빨리 퍼내자고 말하는 것 같다.
빠르게, 더 빠르게 속도를 올리다 한계에 다다르면, 그때는 어떡할 건가.
배를 버릴 수는 없으니, 그제야 구멍을 메울 건가.
물론 구멍을 수리하기보다 물을 퍼내는 게 쉽기는 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를 봤을 때, 구멍은 점점 커지면 커졌지, 작아질 일은 없다.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문득 내 대학생 때가 생각난다. (라떼는 말이야~)
우리 과에 푸린보다 더 졸린 목소리를 가진 교수님이 강의 중에 말씀하시길,
“요즘은 하나만 잘하는 건 의미가 없어. 두 개, 세 개 잘해야 해.”
이 시절의 나는 반항기가 가득한, 질문 잘하는 학생이었기에 손을 번쩍 들고 물었다.
“왜요?”
교수님은 ‘또 너구나.’ 하는 표정으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90년대 말까지는 하나만 잘해도 됐어. 그때는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거든. 더 발전시킬 여력이 남아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발전했어. 여러분이 먹고 살 만큼 여력이 충분하지가 않지. 그래서 지금은 융·복합의 시대야. 두 개, 세 개 합쳐서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야 먹고살 수 있으니까 졸지 마.”
당시의 나는 설마 그럴까 했는데, 진짜 그런 시대가 왔다. 전화기, 카메라, 인터넷이 합쳐져 스마트폰이 되었고, 사물과 인터넷이 합쳐져 IOT가 되었다. 융·복합의 결과는 이외에도 많지만, 더 나아가 로봇,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과 같은 4차 산업이 가리키는 바도 융·복합이다.
근데 이 융·복합의 시대가 도래하니 경계의 모호함이란 문제가 생긴다. 미술 시간의 물통처럼 이 색, 저 색, 다 섞이니 성별도 모호해지고 전통도 애매해진다. 자칫하다간 성차별주의자가 되고 틀딱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무지개는 아름답지만 섞으면 검은색이 된다는 것을, 나아가 미술 시간이 끝난 뒤의 물통 속은 새까맣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우리의 미래가 검은색이 아니기를 바란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든 색을 섞지 않으면 되고, 지킬 것을 지키면 된다. 경계와 구분을 무너트릴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무너트려 왔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전통과 권위를 숱하게 무너트렸다. 그 결과 가부장제가 폐지됐고, 학생 인권이 신장하였으며, 권위주의를 붕괴시켰고, 개개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마땅히 그리해야 한다.
그러나 열 오른 엔진은 바로 식지 않는다. 페미니즘과 교권 추락과 탈권위의 문제가 발생했다. 아버지의 눈에 안대를 씌우고 선생님의 입엔 재갈을 채우고 비전문가가 도리어 권위 위에 군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 우리가 몰아낸 권위를 그들도 몰아내고 우리가 외치면 그들도 따라 외친다. 그러니 이제는 안대를 벗고 재갈을 풀어야 할 때다. 이 땅의 아버지와 선생님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새로이 자리 잡은 차별을 뿌리 뽑고 건강한 구별을 심어야 한다.
가속에도 감속에도 시간이 필요하듯이, 결국 우리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테지만, 만약 브레이크를 제때 밟지 못 하면 처참한 스키드마크만이 세상에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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