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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진심의 가치를 알고 싶은 당신에게, 시라노 연애조작단

by 도야지들 2022.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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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낚시를 싫어한다.

내가 낚시하러 가는 건 더 싫어한다.

나는 캠핑과 낚시가 유일한 아웃도어 활동인데 ㄷㄷ;

 

그러다 보니 여자친구가 낚시를 좋아하게끔 만들고 싶어진다.

서로 좋아하는 일이라면, 함께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낚시를 좋아하게끔 하기 위해 나름의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문득 나의 이런 행위가 한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바로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연애조작단이라는 제목답게 연애를 성공시키기 위해 조작을 감행하는 시라노 에이전시의 일화를 다루고 있다. (나는 도야지 취미조작단이다 ㅋㅋ)

 

영화에는 다양한 인물이 나오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물은 병훈, 희중, 상용, 민영으로 총 네 명이다.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자면,

 

1. 의뢰인들의 사랑을 이어주기 위해 조작을 불사하는 회사, 시라노 에이전시의 대표 병훈은 희중과 옛 연인이었다.

 

2. 상용은 교회에서 만난 희중에게 마음을 빼앗겨 시라노 에이전시에 자신의 사랑을 의뢰하지만, 병훈의 방해로 인해 여러 차례 위기를 맞이한다.

 

3. 민영의 개입으로 정신을 차린 병훈은 희중과 상용을 끝내 이어주고, 오래전 민영의 짝사랑이었던 병훈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애 조작이 시작된다.

 

줄거리 자체는 간결하다. 영화의 구조는 더욱 간결하다.

, 영화, 드라마 같은 매체를 분석하여 작중 의도를 파악하고, 현실에 적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작업은 영화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이용하는 작업과 마찬가지인데, 간결한 구조는 쉬운 요리와 같다.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3분 카레와 마찬가지랄까.

 

절대 쉬운 영화라고 비하하는 건 아니다. 3분이든 48시간이든 맛만 좋으면 장땡이다.

어쨌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사실 다른 걸 주목해도 된다. 영화의 재해석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글에는 주장과 입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기에, 나는 두 가지를 주목하고자 한다.

 

1. 시라노 에이전시가 이어준 첫 연애 조작은 왜 실패로 끝났는가.

2. 병훈은 왜 희중과 상용을 이어줬는가.

 

모든 시작과 끝에는 작가의 의도가 있다. 가운데 내용은 작중 인물의 성격에 의해 자연스레 흘러가더라도 그 끝만큼은 작가의 의도를 거스를 수 없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에는 총 세 건의 연애 조작이 나온다. 첫 번째 연애 조작은 영화 초반부 시라노 에이전시가 어떤 조직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사건이고, 두 번째는 영화의 메인 스토리인 희중과 상용의 경우이고, 세 번째는 엔딩에 등장하는 병훈과 민영의 경우다.

 

세 번째 조작은 해피엔딩을 위한 장치이자 극 중 병훈을 향한 민영의 행동이 왜 그러했는지를 보여주는 부연 설명 격이기에, 나는 다루지 않는다.

영화에도 등장하지만, 시라노 에이전시의 성공률은 99%. 연애까지는 대부분 성공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라노 에이전시의 첫 의뢰는 연애에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 남자가 약혼까지 해놓고 다른 여자와 파람을 피웠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의뢰자에게 배신당한 선아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진심이 그렇게 쉽게 변하나요?”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진심인 거다.

여러분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어떤 연극을 해봤는가? 나는 내가 좋아하던 여자가 담배를 피우는 남자가 멋있다고 해서 꺼지라고 했던 기억은 있다. (나는 비흡연자다.)

 

, 이건 좀 적절하지 않은 예시인가?

 

나는 걸그룹 노래를 좋아하면서 안 듣는 척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여자친구를 사귈 때 했던 연기로 사귀고 나서는 엄청나게 듣는다. ㅋㅋ

 

이렇듯 사랑은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을 속이거나 숨기는 연기를 하게 된다. 근데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결국 나처럼 들통나게 된다. (걸그룹 노래는 못 참지 ㄹㅇㅋㅋ)

작품을 감상할 때 인물의 변화를 주의 깊게 봐야 하는데, 병훈이 상훈에게 물었다. 왜 우리에게 의뢰했냐? 상훈은 답했다. 편리하잖아. 아웃소싱이야. 그랬던 상훈이 희중과 끝날 뻔한 위기를 겪고 나자 아웃소싱의 역할을 스스로 자처한다. 희중이 미술관에 나타날 때까지 몇 날 며칠이고 미술관에서 기다린 것이다. 편리해지고자 시라노 에이전시를 찾은 그가 불편을 감수하게 된 변화는 연기 속에 감춰진 상훈의 진심이 드러난 사건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떤 게 진심인지, 그리고 연기와 진심의 차이를 곱씹어볼 수 있게 됐다.

두 번째, 상용은 왜 희중과 상훈을 이어줬을까. 글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감이 있어 짧게 줄여 말하자면, 상훈은 희중의 언니 유미로부터 진정 희중이를 위하는 길이 뭔지 생각해봐.’라는 대사를 듣는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과거에 실수한 자신이 아닌, 상훈을 연인으로 만든다.

 

사랑은 이기심으로 시작하지만, 이타심으로 끝맺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슴 깊숙이 새겨진다.

영화를 통해 우리는 연애와 사랑이 다른 것임을 깨달았다. 연애는 마치 선물과 같아서 받으면 잔뜩 기대하게 되고 신이 나지만, 열었을 때 사랑이란 진심이 없으면 상자는 양파로 변하고 만다. 한 겹 한 겹 깔 때마다 울게 되는 양파 말이다.

 

나는 진심이다. 그리고 상대를 위한다. 그렇기에 도야지 취미조작단은 한 여자의 취미를 바꾸고자 한다. 주말부터 그녀의 취미는 낚시가 되리라!

 

과연 성공할까?

 

주말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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