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친구와 함께 탑건을 보고 오더니, 한 번 더 봐야겠다며 나를 끌고 갔다.
박스오피스 1위인 영화이기도 하고, 워낙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터라 기대가 컸는데, 역시나 기대 이상이었다.
130분이란 러닝 타임이 찰나로 느껴질 만큼 재미있게 봤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영화를 별 10개 만점 중 9개를 주고 싶은 만큼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항공 액션이 화려해서? 톰 크루즈가 멋있어서?
물론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난 것도 있지만 높은 평점의 까닭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영화가 던지는 주제 의식이다.
결론부터 간결하게 얘기하자면, 이 영화는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영화 초반부, 파일럿이던 매버릭(톰 크루즈)이 탑건의 교관으로 돌아가는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초반부의 내용을 간단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매버릭은 유인 전투기로 마하 10의 속도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차였고 두 달 전에 마하 9를 달성했다.
2. 카인 제독은 프로그램 담당자로, 유인 전투기가 아닌 무인 전투기 개발을 원했고 ‘유인 전투기의 마하 10 미션’의 예산을 삭감해서(사실상 프로그램 종료) 무인 전투기 개발에 사용하고자 했다.
3. 그러나 매버릭은 마하 10을 넘어선 10.4를 달성하고 기체가 손상되어 불시착하게 된다.
그 후 영화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명대사를 던진다.
카인 제독 - “파일럿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가고 있어. 매버릭.”
매버릭 - “그렇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카인 제독은 머지않아 무인 전투기로 인해 많은 파일럿들이 대체될 거라고 한다.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 기계의 발달로 인해 많은 인력이 대체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 다양한 매체는 일률적으로 가리키고 있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로봇 팔이 만들어준 커피를 마시고,
자율 주행 자동차를 타는 오늘날의 우리는 ‘인력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그러나 매버릭은 호기롭게 말한다.
"but not today", 오늘은 아니라고.
불복종과 불시착으로 인해 기체 손실의 책임을 지게 된 매버릭은 강제 전역의 위기에 처하지만,
사령관 아이스맨의 도움으로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
매버릭이 새로 받은 임무는 ‘적국의 우라늄 보관 시설 파괴를 위해 탑건 졸업생들을 교육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적국의 우라늄 보관 시설은 요격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철통 수비가 되어 있고,
파괴를 위해서는 미사일 폭격을 연달아 두 번 성공해야 했다.
이 폭격의 성공을 두고 첫 번째 기적, 두 번째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로 쉽지 않은 임무였는데,
이 임무를 위한 훈련과 성공적인 수행 과정을 통해,
영화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그 중심에는 매버릭이 있다.
영화 초반부에서 나오지만,
매버릭은 마하 10이라는 속도를 달성했음에도 그치지 않고 더 높은 속도를 갈망하다 기체를 잃는다.
이를 보며 혼도가 ‘가장 빠른 남자’라는 수식을 붙이지만,
이는 매버릭의 ‘무모함과 도전정신’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영화는 이러한 매버릭의 무모함과 도전정신으로,
불가능한 임무를 희생자 없이 완수하는 두 번의 기적을 보여주는데,
매버릭을 그리 움직이게 한 밑바탕에는 인간이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사랑, 우정, 믿음의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모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이 ‘대체할 수 없는 파일럿’이 되는 영화,
‘탑건:매버릭’은 이성적인 사고와 손익 계산으로 인해 가려질 수 있는 인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으며,
미래 사회에 대두될 수 있는 ‘기계로 인해 설 자리를 잃는 인간’의 문제를
빼어난 액션으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멋진 영화라 평하고 싶다.
역시 여자친구가 두 번이나 봤던 이유가 있다.
PS. 본 포스팅에 게시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네이버 영화 포토입니다. 문제가 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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