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를 함께 보게 만드는 데에 있다.
내 여자친구는 손석구 앓이 중이고, 연애 빠진 로맨스엔 손석구가 나온다.
앞으로 손석구 씨 출연작은 다 보게 생겼다. (한숨)
근데 참 독특한 제목이다.
연애 빠진 로맨스라니, 홍철 없는 홍철팀 뭐 이런 느낌이다.
연애와 로맨스가 일맥상통하는데 어떻게 연애 빠진 로맨스가 있을 수 있나, 했더니?
연애는 안 하고 섹스만 한다는 의미였다. (ㅗㅜㅑ)
영화를 안 본 이들을 위해 내용을 간단 요약하자면,
1. 남자는 출판사 직원, 여자는 방송국에서 퇴사하고 팟캐스트 사업을 하는 초년생이다.
2. 남자는 상사의 섹스 칼럼 집필 업무 지시로 인해, 여자는 지나간 연애에서 받은 상처와 9,300만 원이라는 빚 때문에 연애는 사치라고 생각하지만 섹스는 하고 싶기에, 두 사람 다 소개팅 앱을 설치한다.
3. 남자는 여자를 만나며 비밀리에 섹스 칼럼을 게재하고 큰 호응을 얻으며 상사에게 인정받지만, 점점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죄책감을 느끼던 중 칼럼의 존재를 여자에게 들키게 되어 관계가 끝날 위기에 처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진심 어린 고백에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15세인 관계로 생각보다 수위는 약하지만, 제목에 충실한 줄거리다. 술, 떡, 술, 떡으로 진행된다.
그 술떡술떡에 혹해서 ‘나도 앱 좀 깔아볼까?’라는 생각을 말로 내뱉었지만, 갑자기 여자친구가 뺨을 때리는 바람에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 했다.
뺨을 맞아서 그런 걸까. 갑자기 이 영화가 마음에 안 든다.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는 짜증까지 났다. 억지스러운 흐름에 등장인물이 바보가 되고, 그걸 보는 관객이 ‘오 그렇구나~’하고 끄덕거리는 멍청이인 줄 알았나? 바로 별점 테러 간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영화의 문제 제기에는 공감을 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책임 없는 쾌락, 과정 없는 결말로 달리 말할 수 있는데,
우리는 누구나 다 책임과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다.
근데 왜 작중 인물들은 연애 빠진 로맨스를 할까?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남자에게는 소설을 쓸 수 있는 단독 지면이,
팟캐스트 창업을 막 시작한 여자에게는 빚과 지난날의 상처가,
그들을 책임 없는 쾌락으로 내딛게 했다.
우리라고 다를까.
무당벌레는 꼭대기에서만 날아오르는 습성이 있는 걸 알고 있는가?
그런 무당벌레도 오르다 오르다 너무 높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날아가고 만다.
(스펀지 실험 영상 요약 – 7m 건물을 오르게 했더니 6m 10cm 지점에서 포기하고 날아감)
본능대로 움직이는 무당벌레도 습성을 버리는데,
갈수록 높아지는 실업률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집값, 그리고 고물가는
손오공을 봉인한 오행산처럼 우리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다른 책임을 짊어질 여력이 없다.
그래서 우리 세대는 삼포, 오포, 나아가 칠포 세대를 자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는 인간적이라는 사실이다.
영화의 마무리가 연애로 끝났듯,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우리는 과정의 중요성을 잃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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