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집 탐방

청년다운 시도와 그 가능성, 청년다방

by 도야지들 2022. 7. 23.
반응형

나는 떡볶이를 싫어한다.

여자친구가 아니면 절대 먹지 않을 음식이다.

살면서 나 스스로 떡볶이를 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떡볶이를 싫어하는 나는 게임을 좋아한다.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주 많이 좋아한다.

그중 잘하지는 못하지만 보는 걸 좋아하는 게임이 있다.

 

바로 스타크래프트다.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자원을 채취하고, 테크트리 건물과 생산 건물을 짓고, 전투 유닛을 만들어서

상대방의 기지를 파괴하는 걸 승리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똑같은 유닛끼리 싸우면 재미가 없으므로, 스타크래프트에는 세 가지 종족이 존재한다.

테란, 저그, 프로토스다.

테란과 프로토스는 각각의 전투 유닛을 뽑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생산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저그는 해처리라는 건물 하나만 있으면 된다.

해처리에서 생산되는 라바가 모든 유닛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청년다방 떡볶이를 먹으며 라바를 떠올렸다. (아 물론 떡볶이 떡이 라바처럼 생겨서는 아니다.)

 

라바는 어떤 유닛이든 될 수 있고, 청년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고,

청년다방 떡볶이는 그 이름에 들어간 청년처럼, 내게 가능성 있는 맛을 보여주었다.

 

내가 떡볶이를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장사가 어찌나 잘 되는지, 1시간이나 기다렸다.

오래 기다렸다고 사장님이 서비스로 복숭아 음료수를 줬다.

맛은 그냥 쿨피스 복숭아 맛이다.

난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라 떡볶이도 기본적인 맛에 충실한 '깻잎순대떡볶이'를 시켰다.

감자튀김이 매진이라 옥수수튀김을 먹었는데, 이건 맛도 식감도 별로였다. 쓸데없이 맵고 짜고 느끼했다.

쿨피스와 옥수수튀김을 조지고 있을 때, 대망의 '깻잎순대떡볶이'가 나왔다.

크으~ 파채와 깻잎이 들어간 게 진짜 먹음직스러웠다.

가뜩이나 오늘 먹은 게 없어 군침을 떨구고 있는데, 직원 분이 말했다.

"다 익혀 나온 거라 바로 드셔도 돼요." 

여자친구가 자기가 먹을 떡볶이를 자르고

나에게는 기다란 떡을 통째로 줬다.

맛은?

평가할 틈이 어디 있어!

후다닥 먹고 볶음밥까지 하나 해먹었다.

(파채, 깻잎, 떡볶이, 순대, 야끼만두는 환상의 조합이다.)

자작한 떡볶이 국물에 밥 하나 볶아 먹는 게 뭐 그리 맛있겠어? 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너무 바보같다.

날치알과 김가루가 들어가는데 안 맛있고 배기겠니?

 

감히 고하고 싶다.

너무 익숙한, 그래서 싫어했던 떡볶이는 청년을 만나 가능성이 되었다고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