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는 '우연한 운명의 만남'에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처럼 길에서 벗어나야만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여수 여행에서 들른 첫 번째 맛집, '섬섬씨(SEA)'가 그렇다.
백야도로 들어가기 전, 풍경만이 자리 잡을 법한 곳에 위치한 섬섬씨는 다양하면서도 단순한 메뉴를 내걸고 있다.
메뉴판에 적힌 것처럼, 치킨, 사이드, 초계 국수인데,
사실상 초계 국수를 메인으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류를 파는 것으로 보인다.
역시나 매장 입구 바로 우측에, 주력으로 초계 국수를 내세우는 팻말이 보인다.
매장의 규모는 조촐하다. 총 여섯 개의 테이블이 놓여 있는 실내와 남녀 공용 화장실 한 칸이 전부다.
그렇지만 전혀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담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이 끝없이 이어져 지중해까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음식을 기다리며, 흘러나오는 디즈니 노래를 듣고 있으니,
해안을 따라 지붕이 쭉 늘어선 지중해의 어느 마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주문한 초계 국수와 마약 소세지가 나왔다.
기호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추가해 먹을 수 있다.
자칫 퍽퍽할 수 있는 닭가슴살의 식감을 채소 고명이 살려주고,
탱글한 면발 사이로 들어오는 육수는 닭 국물과 사골 육수 덕에 냉면보다 깊은 맛을 준다.
7월의 무더위?
살얼음 둥둥 떠 있는 이 시린 육수에 식초와 겨자가 들어가니,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마실수록 가까워진다.
한 그릇 뚝딱 시원하게 비우니, 이미 더위는 소화되고 없다.
삼복 더위로 지친 이들에게 고한다.
혹 누군가 한국의 월리스 캐리어(에어컨 발명가)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거든,
고개를 들어 여수의 섬섬씨를 바라보게 하라.
PS. 소세지는 별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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