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두리에 살고 있는 내게 있어, 강남은 참 가기 힘든 곳 중 하나다.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물론 매주 바다 낚시를 하기 위해 3, 400km를 운전하긴 하지만,
강남으로 가는 20km의 거리는 바다 낚시를 하러 가는 길보다 훨씬 멀리 느껴진다.
물리적 거리는 가까울지라도 심리적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차가 너무 많이 막히고, 주차할 자리도 없고, 강 하나 건넜을 뿐인데 물가가 오른다 ㄷㄷ;
게다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주말에는 항상 북적인다.
찐따인 내게 있어 사람 많은 곳은 지옥이다. (INTJ임)
여자친구는 이런 나를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놀고 싶을 땐 북적이길 원한다.
그래서 데이트 장소를 정할 때면 항상 나는 교외로, 여자친구는 강남으로 논쟁이 벌어진다.
물론 대부분은 내가 이긴다. 운전을 내가 하니까 ㅋㅋ
그렇지만 그런 내가 져줄 때가 있다.
바로 '고기두목'에 갈 때다! (두둥)
주소는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로47길 87 B동 102호 고기두목'이기는 한데, 그냥 고기두목 치면 알아서 나온다.
근데 원래 신사/논현의 고기 맛집은 '주먹두목'으로,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간판명이 '주먹두목'이었다.
같은 위치, 같은 메뉴에 상호만 바뀐 건데, 이는 아래의 사연이 있기에 그렇다.
1. 주먹두목 사장님이 코로나로 인해 가게를 내놓았고,
2. 현 고기두목 사장님이 가게를 인수했고,
3. 상호만 바뀐 채 영업을 하고 있다.
나와 여자친구도 처음에 주먹두목 아니었어요? 하는데 현 사장님이 고기를 구워주시면서 친절히 알려주셨다.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항상 재미있단 말이지 ㅋㅋ)
사실 소비자에게 저런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 맛집을 찾은 거기에, 제일 중요한 맛이 충족되야만 한다.
어디 20km를 올만한 가치가 있는지 먹어볼까?
이곳은 원래 목살 맛집으로 유명했다.
가게 메뉴판에도 '강추' 멘트를 목살에만 달아놨다.
'강추'하니까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들어보실?
예전에 진짜 장인이 운영하는 고깃집에 간 적 있었는데,
쉽게 메뉴를 고르지 못 해 망설이던 우리에게 대뜸 그러셨다.
"어느 식당에 가든 뭘 먹을지 모르겠다면, 맨 위에 있는 메뉴를 시켜라. 그게 자신 있으니까 맨 위에 있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맨 위 메뉴를 먹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고기두목의 맨 위의 메뉴는 목살이고, 주력이라 칭할 수 있을만큼 맛이 좋았다.
목살을 먹고 있으니 계란찜이 나왔다.
내 여자친구는 계란찜을 엄청 좋아해서, 메뉴판에 계란찜이 있으면 일단 시키는 사람이다.
좋아하는만큼 맛에 대해서도 깐깐한데, 이곳의 계란찜은 '괜찮았다'라는 평가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화력 조절을 실패해서인지, 바닥에 탄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원래 바닥 긁는 소리가 맛있는 음식이란 소린데, 이곳의 계란찜은 바닥을 긁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주문한 쫄면이 나왔다.
쫄면은... 안 먹는 걸 추천한다.
나는 어지간하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 사람인데, 쫄면은 나도, 여자친구도 손을 거의 안 댔다.
일단 면이 익지 않았고, 맛은 개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 둘에게는 맞지 않았다.
원래 쫄면은 새콤달콤한 맛으로 먹는 건데, 새콤은 있고 달콤은 없었다. 식초 맛이 강했다는 소리다.
식초를 많이 넣은 만큼, 설탕을 많이 넣든가, 그렇지 않다면 식초가 좀 덜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고기는 맛있었다.
"2명이서 2인분은 너무 적잖아?" 하면서
"목살 2인분 먹었으니 삼겹살도 먹어 보자"라며
목살 1인분과 삼겹살 1인분을 더 시켰다.
사장님께서 구워주는 고기를 보고 있으면,
"우효~ 군침을 안 흘릴 수가 없잖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고기는 대단히 먹음직스러웠다.
맛은? 사장님이 삼겹살에도 '강추'를 붙였으면 싶을 정도로 목살에 견줄만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된장찌개다. 된장찌개의 맛이 너무 묽어서, 고기의 깊은 맛과 어우러지기엔 역부족이었다.
둘째는 주차다. 이건 강남이니까 ㄷㄷ; 어쩔 수 없는데, 가게 앞에는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근처 '진미선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가야 한다.
고기 먹으면 주차비 할인 같은 서비스를 제휴하면 좋겠다
끝으로, 만약 내가 진짜 맛있는 돼지고기를, 두툼한 식감과 상당한 육즙의 황홀경에 빠지고 싶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건 '고기두목'이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고기 한정 별점 5점 만점에 4.5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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