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는 7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명작이라 불리는 이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장 – 한스 기벤라트는 신학교 시험에 합격한다.
2장 – 방학임에도 제대로 못 놀고 신학교 예습을 한다.
3장 – 신학교에 입학하여 열심히 공부한다.
4장 – 그러나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성적이 떨어진다.
5장 – 결국 신경쇠약으로 인해 고향으로 돌아온다.
6장 – 한스는 사랑에 빠지고, 기계공이 된다.
7장 – 사랑은 실패하고 일은 고되고, 술 취한 한스는 물에 빠져 죽는다.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는 ‘한스 기벤라트’라는 소년의 짧게 끝난 생애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헤르만 헤세가 왜 신학교에 합격할 만큼 뛰어나고, 재능 있는 소년을 일찍 죽였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는 무엇을 위해 한 소년을 죽음으로 몰았을까?
결말의 장례식에서 ‘플레이크 아저씨’와 ‘요제프 기벤라프’의 대화를 살펴보자.
요제프 기벤라프 -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 아이는 무척 재능이 뛰어난 아이였어요. 그리고 일도 모두 잘 풀려나갔지요. 학교며 시험이며…… 그러다 갑자기 한꺼번에 불행이 닥쳐온 겁니다!”
플레이크 아저씨 - “(지나가는 선생들을 보며) 저 사람들도 한스를 이 지경에 빠지도록 도와준 셈이지요.”
요제프 기벤라프 - “어째서요? 도대체 왜 그렇단 말입니까?”
플레이크 아저씨 - “아닙니다. 더 이상은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나 나, 우리 모두 저 아이에게 소홀했던 점이 적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소설을 재미없게 읽으려거든 결말부터 보면 된다.
거기에 정답이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는 아들의 죽음이 갑자기 찾아온 불행이라 말한다. 플레이크는 선생들도 지적하지만, 요제프는 그 이유를 모른다. 그 소홀함이 한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은, 소설의 마지막 장임에도 플레이크밖에 모른다.
아, 한 사람 더 있다. 바로 책의 독자, 여러분이다.
소설 내내 좌절의 연속이었던 한스는 불안했고, 불행했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독자와 플레이크뿐이다. 그리고 불운한 소년의 불쌍한 생애를 보며 불쾌한 기분까지 들었지만, 아무도 그의 죽음을 막지 못 했다. 20세기 소설 속에서도, 21세기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전에 내가 노인과 바다에 대한 리뷰를 썼을 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과 그 시대만의 특수성에 있다고 했다.
노인과 바다를 읽고서 (부제 –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사실 처음 읽은 건 아니고, 뭘 포스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책 리뷰를 써보고자 다시금 읽었다. 간단히 책 소개를 먼저 하자면, 노인과 바다는 1952년에 발표된 어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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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학원, 시험과 성적에 지친 지금 청소년들에게 이 소설을 읽히면 깊은 공감을 할지 모른다.
여러분은 작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순히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가? 저마다 정의는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관찰을 통해 사물이나 현상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이야기로 만들어, 시대의 문제점을 냉철하게 꼬집는 사람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헤르만 헤세는 왜 한스를 죽음으로 몰았을까? 나는 ‘살인자’와 ‘흉기’를 고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결말을 보면 알겠지만, 살인자는 어른이고 흉기는 무관심과 강요다.
이쯤에서 우리는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설에는 수레나 바퀴 따위에 관한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 제목 뭐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다 읽고 나니 ‘무거운 수레바퀴 아래 깔린 한스의 이야기구나.’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제목과 결말이 일맥상통한다.
사실 이 소설은 지나칠 정도로 쉽다. 메시지 또한 간결하다.
사회가 이렇게 바뀌어야 해! 라는 식의 참여주의 문학은 아니지만,
청소년과 어른들에게 지금 이대로 괜찮아? 한스가 죽었는데? 라고 묻고 있다.
대부분은 공감한다. 그리고 아파한다.
한발 더 나아간 사람들은 작가의 편에 서서 함께 비판한다.
나는 이 책을 보고 난 뒤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 역시도 성적이 앗아간 청소년들의 꿈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20세기 독일과 달라진 것 없는 현실이 숨 막히지만,
이렇게 뻔한 글은 매력이 없다.
작가란 모름지기 반골 기질이 있어야 한다.
헤르만 헤세도 제법 반골 기질이 있게 생겼다.
“응~ 한스는 어쩔 수 없는 희생일 뿐이야. 나약하니까 죽은 거야~”라고 조금 다르게 말해볼까 한다.
아울러 지난번 포스팅 ‘내 여자친구에게 보여주고픈 글 잘 쓰는 법 10가지’의 실전편으로 작성해보도록 하겠다.
내 여자친구에게 보여주고픈 글 잘 쓰는 법 10가지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글을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렇고 내 여자친구도 노력하는 사람에 속한다. 근데 내 여자친구는 책 읽는 걸 싫어한다. 유튜브랑 인스타만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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