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탐방

추억은 언제나 기억을 앞선다, 강나루

도야지들 2022. 7. 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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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나는 한 여자에게 “같이 영화 한 편 봅시다.”라고 했다.

고백 공격으로 혼내줄 속셈이었는데,

예상외의 OK를 받고 4년째 연애 중이다.

 

첫 데이트는 1888일 영화관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보고,

스테이크를 먹고 집에 데려다줬는데,

 

여자친구는 우리의 첫 데이트를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 맛있는 스테이크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다음 데이트는 기억나?”

그냥 퇴근할 때 매일 본 것 같은데

그러다 815일 우리의 본격적인 연애가 시작된,

춘천에서의 데이트를 떠올렸다.

 

그러나 88일과 815일 사이에는

한 번의 데이트가 더 있다.

 

나는 보고 싶은 마음에

약속 없이 집 앞으로 찾아가 전화를 걸었다.

보고 싶어서 왔으니 내려와라.”

파란 원피스 차림의 아가씨가 내 차 앞에 섰고,

나는 그녀를 태우고 고모리로 향했다.

가볍게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이었다.

 

밥 먹었냐고 물어보니 안 먹었다고 했다.

미리 찾아둔 맛집으로 데려가니, 세 점 먹고 안 먹더라.

그래서 다락방 같이 꾸며놓은 카페에 가서 대화하다가

열 시쯤 집에 데려다줬다.

 

그게 우리의 18812일의 데이트다.

 

22730, 어제.

나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다시금 같은 가게를 다녀왔다.

고모리에 있는 강마루 회전 오리구이 집이다.

 

가기 전에 백화점에서 호떡 두 개를 먹었기에,

 

미호당 다베당호떡

여자친구는 주기적으로 백화점에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 걸렸다. 그 계속되는 찡찡거림에 도저히 참지 못 하고 신세계 백화점을 다녀왔다. 중간중간 탈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차마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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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고기 꼬치가 8개 나오는 오만 원짜리 기본 메뉴를 시켰다.

밑반찬과 불이 나오고

대망의 오리 꼬치가 나왔다.

먹기 위한 세팅을 끝내고 기다리기만 하면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오리고기가 완성된다.

바삭한 껍질과 담백한 오리맛이 일품이다.

살짝 느끼한 감이 있을 때는 탄산을 곁들인다.

어느새 고기를 다 먹고 탕을 맛보는 당신을 볼 수 있게 된다.

오리탕은 솥으로 우려낸 오리 육수로 끓였기에,

야들야들한 고기와 진한 국물 맛을 느낄 수 있다.

진심 밥도둑이다 

 

여자친구에게 물었다.

이 집 기억나냐고.

 

우리가 왔던 곳임을, 먹고 나서 카페에 갔음을,

추억한다.

 

내가 입은 옷차림과 그날의 날씨까지

추억한다.

 

물론 여자친구는 이곳이 우리의 두 번째 데이트 장소라는 걸

여전히 기억 못 하고 있지만,

 

추억은 언제나 기억을 앞선다.

 

어릴 적 엄마가 해주었던 분홍색 소시지 반찬처럼,

어렴풋하게 선명한 한 끼가 있다.

 

분홍 소시지

누구에게나 추억 깃든 음식이 하나쯤은 있다.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모든 음식에 추억이 하나씩 있다. (응?) 음식마다 수필을 써서, 수필집을 내도 될 지경이다. 한 번 내볼까? 오늘은 뜬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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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나와 같은 추억을 만들고픈 분이 있다면,

한 번쯤은 가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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