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노인과 바다를 읽고서 (부제 –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도야지들 2022. 7. 1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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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사실 처음 읽은 건 아니고,

뭘 포스팅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책 리뷰를 써보고자 다시금 읽었다.

와플 마시쪙

간단히 책 소개를 먼저 하자면,

노인과 바다는 1952년에 발표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마지막 작품으로

내용은 몰라도 제목은 다 아는 유명한 고전이다.

 

사실 요즘 독서의 트렌드가 자기계발서 쪽으로 치우치는 감이 있어

이런 고전 소설을 누가 읽을까 싶은데,

좋은 고전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성과 그 시대만의 특수성이 담겨 있다.

 

비단 내 생각이 틀리지 않은 게,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라고 데카르트가 말했듯,

 

독서를 통해 과거를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고민과 미래의 문제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소설을 이루는 주요 골자가 인물, 사건, 배경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어떤 배경 속 어떤 인물이 어떤 사건을 겪게 하고,

어떤 결말을 끌어내 자기 생각을 담아내는데,

이 모든 중심에는 인간이 있고,

인간은 가까이서 보면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똑같다.

뭘 먹는지는 각기 달라도 먹지 않은 인간은 없으니 말이다.

 

근데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다.

노인과 바다를 읽기엔 너무 바쁘다.

그러니 줄거리 세 줄 요약부터 읽고 시작하자.

 

1. 왕년엔 잘나갔지만, 87일간 물고기를 잡지 못한 노인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혼자 바다에 나간다.

2. 노인은 가까스로 커다란 물고기를 잡지만, 돌아오는 길에 물고기는 상어의 공격으로 뼈만 남는다

3. 노인이 탈진해 쉬는 동안, 사람들은 뼈만 남은 커다란 물고기를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안타까워도 한다. 소년은 노인에게 부모를 설득할 테니 함께 출조할 것을 약속한다.

 

별거 없는 내용이지만, 이 별거 없는 내용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고 상을 줬다.

이 훌륭한 작품에 대한 해석, 분석은 이미 글이 많으니 나는 좀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보겠다.

 

본디 뛰어난 작품일수록 다양한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깊은 탐구가 들어가 있기에

오직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닌 많은 생각의 여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위 줄거리를 가진 바다와 노인은

1. 노인 = 헤밍웨이라는 해석으로 자신의 작가로서의 투쟁적 삶을 담은 소설이 될 수 있고

2. 자연 속에서 인간이 갖는 공생과 투쟁의 가치를 논할 수도 있고

3.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세대교체를 주제로 삼을 수 있고

4. 오늘날의 전통 가족 해체와 그로 인한 문제를 다룰 수도 있다

 

물론 이 네 가지 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위 내용은 추후 문화예술을 이용한 토론에 관한 심화 내용을 쓸 때 써볼까 고민 중이다. 유료로 하면 팔리려나?)

 

그러나 나는 지금 고전에 관해 얘기하고 있으므로

노인과 바다를 통해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고자 한다.

 

책의 도입부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그는 멕시코 해류에서 홀로 고기잡이를 하는 노인이다. 84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처음 40일 동안은 소년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40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노인을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소년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다른 배로 옮겨 타게 되었는데, 그 배는 첫 주에 큼직한 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소년은 날마다 노인이 빈 배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노인을 도와 낚시용품을 나르는 것을 도왔다.

 

소년은 노인과 함께 낚시하고 싶었다. 노인은 소년에게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그래서 소년은 노인을 무척이나 따랐다. 그러나 노인은 소년이 타는 배가 운이 좋은 배라며 함께 고기잡이하려는 것을 거부했다.

 

노인은 노쇠했지만, 자신을 별난 노인이라 생각했고 반드시 큰 고기를 잡을 거라는 신념과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노인은 다시금 배를 몰고 먼 바다로 나갔다.’

 

짧은 도입이지만 네 부류의 사람이 나온다. 노인(산티아고), 소년(마놀린), 다른 배의 주인 아저씨(마르틴), 소년의 부모다.

 

이 네 부류의 사람을 주의하며, 도입부를 좀 더 짧게 요약해보자.

 

노인은 오랜 낚시 경험을 가졌지만 오랜 기간 물고기를 잡지 못 했고, 노인에게 소년을 맡긴 부모는 노인 대신 다른 배로 소년을 옮겼다. 소년은 노인과 함께 낚시하고 싶었지만, 부모도, 노인도 소년을 거부했다.’

 

아 이것도 너무 길다 좀 더 짧게 줄여보자.

 

노인이 물고기를 잡지 못 하자 부모는 소년을 다른 배로 옮겼다.’

 

, 이제 좀 마음에 든다.

 

앞서 요약한 중반부와 후반부의 내용을 이어 붙여보자.

 

노인이 물고기를 잡지 못 하자 부모는 소년을 다른 배로 옮겼다.

혼자 출조한 노인은 가까스로 물고기를 잡지만 상어의 공격으로 뼈만 남는다.

다른 어부들은 뼈만 남은 커다란 물고기를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안타까워도 한다.

소년은 노인에게 부모를 설득할 테니 함께 출조할 것을 약속한다.’

 

자 이제 여러분은 노인과 바다를 다 읽은 것과 진배없다.

 

그러면 저 축약된 줄거리가 왜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까.

그건 바로 소년이 부모를 설득해서라도 노인과의 출조를 기약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전을 읽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현대에는 그 가치가 낮거나 혹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필독 도서, 권장 도서 중에 자기계발서가 들어가 있는가? 아니다.

근데 왜 베스트 셀러 대부분이 자기계발서일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앙상하게 뼈만 남은 물고기라 할지라도,

그 크기는 다른 어부들이 잡은 물고기에 비해 훨씬 크고,

노인은 조각배를 타고도 큰 물고기를 혼자서 잡을 수 있는 힘과 요령이 있다.

 

소년은 그런 노인을 가치를 알기에,

부모를 설득해서라도 노인 곁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고,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헤밍웨이가 맺은 결말이다.

 

소년에게 필요한 건 작은 물고기와 같은 자기계발서가 아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1. 고전을 좋아했으면 좋겠고,

2. 책을 교과서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닌,

3. 다각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으며,

4. 책을 자기 생각과 주장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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