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우산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북경
언제부터인가 짜장면 대신 짜장밥을 먹는다.
면보다 밥이 더 좋아지면 나이 들었다는 뜻이라던데,
나도 이제 늙어가는 걸까.
겨우 서른 줄이 하기에는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간 살아온 삶에는 나름의 가닥이 있다.
그 가닥이 비 오는 날엔 짬뽕이 먹고 싶다고 한다.
비는 참 많은 음식을 부른다.
파전, 매운탕, 김치찌개, 각양각색이다.
이쯤 되면 먹고 싶은 이유에 비를 끼워 넣은 걸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음식은 사람의 생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사람의 생애는 그 사람의 식탁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미역국, 케이크, 짜장면, 분홍 소시지,
별거 아닌 한 그릇에 담긴 추억은 생각보다 호소력이 짙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엔 짬뽕이 먹고 싶다.
비는 사실 아무런 죄가 없다. 그저 내릴 뿐이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하는 사람처럼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그저 빗속의 우산처럼, 지나간 이의 우의처럼,
우리가 저마다의 음식을 생각하는 이유다.
맑은 날에 우산을 쓰는 사람은 없다.
다른 건 모르겠고,
짜장과 짬뽕은 확실히 저렴하다.
가격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집 근처다 보니 종종 가곤 했다.
그래서 느낀다.
가격은 그대론데, 면과 해산물 양이 줄었다.
찾아주는 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보인다.
‘뭐 하려고’의 경상도 사투리인 ‘만다꼬’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걸 좀 다르게 쓴다.
밥을 만다꼬~ ㅋㅋ (ㅈㅅ ㄷㄷ;)
해물, 당면, 채소, 얼큰한 국물, 꼬들꼬들한 밥알, 그리고 저렴한 가격.
나와 같이 비 오는 날에 짬뽕이 생각이 간절한 분이라면,
이곳을 찾아 소주 한 잔 곁들이자.
당신의 우산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