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탐방

당신의 우산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북경

도야지들 2022. 8. 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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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짜장면 대신 짜장밥을 먹는다.

면보다 밥이 더 좋아지면 나이 들었다는 뜻이라던데,

나도 이제 늙어가는 걸까.

 

겨우 서른 줄이 하기에는 부끄러운 말이지만,

그간 살아온 삶에는 나름의 가닥이 있다.

 

그 가닥이 비 오는 날엔 짬뽕이 먹고 싶다고 한다.

 

비는 참 많은 음식을 부른다.

파전, 매운탕, 김치찌개, 각양각색이다.

이쯤 되면 먹고 싶은 이유에 비를 끼워 넣은 걸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음식은 사람의 생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 사람의 생애는 그 사람의 식탁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미역국, 케이크, 짜장면, 분홍 소시지,

별거 아닌 한 그릇에 담긴 추억은 생각보다 호소력이 짙다.

 

그래서 나는 비 오는 날엔 짬뽕이 먹고 싶다.

 

비는 사실 아무런 죄가 없다. 그저 내릴 뿐이다.

하지만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하는 사람처럼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그저 빗속의 우산처럼, 지나간 이의 우의처럼,

우리가 저마다의 음식을 생각하는 이유다.

맑은 날에 우산을 쓰는 사람은 없다.

다른 건 모르겠고,

짜장과 짬뽕은 확실히 저렴하다.

가격에는 비밀이 숨어 있다.

집 근처다 보니 종종 가곤 했다.

그래서 느낀다.

가격은 그대론데, 면과 해산물 양이 줄었다.

찾아주는 이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보인다.

뭐 하려고의 경상도 사투리인 만다꼬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걸 좀 다르게 쓴다.

밥을 만다꼬~ ㅋㅋ (ㅈㅅ ㄷㄷ;)

해물, 당면, 채소, 얼큰한 국물, 꼬들꼬들한 밥알, 그리고 저렴한 가격.

나와 같이 비 오는 날에 짬뽕이 생각이 간절한 분이라면,

이곳을 찾아 소주 한 잔 곁들이자.

 

당신의 우산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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